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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간 불확정성 원리 본문

물리/양자역학

에너지-시간 불확정성 원리

latentis 2024. 3. 23. 01:00

얼마전 Griffiths의 양자역학 책을 충동구매 한 후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읽고 있는데 여기저기 미묘한 부분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명쾌하게 되어 있어 그 중 하나를 여기 소개한다. 그런데 지금은 명확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또 아리송한 점이 생길지도... 모든게 쉽게 이해됐다면 지금 물리로 밥벌이를 하고 있겠지.

위지와 운동량에 관한 불확정성

불확정성 원리를 설명할 때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예가 위치와 운동량의 불확정성에 관한 것이다. 수학적으로

$$\Delta x \Delta p \geq \frac{\hbar}{2}$$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Delta x$ 는 위치의 불확정성, $\Delta p$ 는 운동량($p$)의 불확정성, $\frac{\hbar}{2}$ 는 플랑크 상수  $h$를  $2\pi$로 나눈 값을 다시 2로 나눈 값이다.

이 식은 만약 위치($x$)가 매우 정확하게 측정될 경우 운동량($p$)의 정확도가 떨어지게 되고, 반대로 운동량이 매우 정확하게 측정되면 위치의 정확도가 떨어짐을 의한다. 실제 실험에서는 동일한 조건으로 준비된 관찰 대상에 대해 여러 번에 걸쳐 위치와 운동량을 측정했을 때 측정값의 표준편차를 불확정성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와 시간의 불확정성

한편 다른 종류의 불확정성 원리가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

$$\Delta E \Delta t \geq \frac{\hbar}{2}$$

이것은 에너지와 시간에 대한 불확정성 원리인데 이 관계식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여기 보이는 에너지 불확정성($\Delta E$)은 에너지 측정값의 표준편차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도대체 시간의 불확정성이란 무엇일까? 시간은 관측하려고 하는 계와 독립적으로 흘러가는 거 아닌가. 이것이 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Griffiths의 Introduction to Quantum Machanics를 보면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After all, position, momentum, and energy are all dynamical variables -- measurable characteristics of the system, at any given time. But time itself is not a dynamical variable (not, at any rate, in a nonrelativistic theory): You don't go out and measure the "time" of a particle, as you might its position or its energy. Time is the independent variable, of which the dynamical quantities are functions. In particular, the $\Delta t$ in the energy-time uncertainty principle is not the standard deviation of a collection of time measurements; roughly speaking it is the time it takes the system to change substantially. [출처: Griffiths, Introduction to Quantum Mechanics (3rd edition), p110]

결국 위치, 운동량, 에너지는 모두 동역학적 변수(계의 측정 가능한 특성)다. 그러나 시간 자체는 동역학적 변수가 아니다 (비상대론적 이론에서는 어찌되었든 그렇지 않다): 입자의 위치나 에너지처럼 입자의 "시간"을 측정할 수는 없다. 시간은 독립 변수고 동역학적 변수는 시간의 함수다. 특히 에너지-시간 불확정성 원리에서 $\Delta t$는 시간 측정값의 표준편차가 아니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계가 대폭 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위 내용에 따르면 불확정성 원리에 등장하는 시간은 관측 대상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리량이고, 따라서 계로 부터 직접 측정되는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통해 저자는 시간 불확정성은 계로부터 측정 가능한 물리량이 대폭 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어느 정도를 '대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대폭'의 기준

앞서 언급했듯이 양자역학에서 어떤 물리량의 불확정성은 그 표준 편차로 표현된다. 통계학적으로 변화의 정도를 가늠할 때 기준이 되는 값이 있다. 그건 바로 표준편차다. '대폭 변화'란 표준 편차를 넘어서는 변화라는 말이된다. 결국 시간 불확정성은 관측하고 있는 계의 어떤 물리량이 그 표준편차(=불확정성)를 넘어서는 변화가 일어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인 셈이다.

시간 불확정성에 관한 이 정의로부터 실제로 에너지-시간 불확정성 원리가 만족함을 볼 수 있는 간단한 예가 있다. 특정 지점을 지나가는 자유 입자 파동 묶음(free-particle wave packet)이 그것이다. 아래 현란한 최신 기술을 동원해 그린 삽화가 있다.

free-particle wave packet

여기서 변화는 입자의 위치 $x$에 의해 측정되므로 위에서 언급한 '대폭적인 변화'의 기준은 위치의 표준편차($\Delta x$, 위치 불확정성)가 된다. 이 경우 시간 불확정성은 위치의 기대값이 표준편차를 넘어 변화되는데 걸리는 시간이고 아래와 같은 식을 통해 얻을 수 있다.

$$\Delta t = \frac{\Delta x}{v} = \frac{m\Delta x}{p}$$

위치 불확정성을 속력(=위치 기대값의 시간 변화율)으로 나눈값이다.

한편 자유 입자의 에너지는

$$E = \frac{p^2}{2m}$$

이므로 그 불확정성은 아래와 같은 식을 통해 얻을 수 있다.

$$\Delta E = \frac{d (\frac{p^2}{2m})}{dp} \Delta p = \frac{p}{m} \Delta p$$

이제 이 에너지 불확정성과 위에서 구한 시간 불확정성을 곱하면

$$\Delta E \Delta t = p \Delta p \cdot \frac{\Delta x}{p} = \Delta x \Delta p$$

여기서 맨 마지막 항($ \Delta x \Delta p $)은 익숙한 위치-운동량 불확정성 원리에 등장하는 그 항이고 우리는 이미

$$ \Delta x \Delta p \geq \frac{\hbar}{2}$$

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와 운동량의 불확정성의 곱이 불확정성 원리를 만족함을 알 수 있다.

$$\Delta E \Delta t = \Delta x \Delta p \geq \frac{\hba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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